과학으로 보는 독도바다

심해탐사

ROV(Remotely-Operated Vehicle, 무인원격잠수정) ROV(Remotely-Operated Vehicle, 무인원격잠수정)
심해조사는 영국의 전함 챌린저호(2,300톤의 기범선 : 동력 기관과 돛을 함께 갖춤)에 의해 1872 ~1876년 최초로 이루어졌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은 1930년대부터 연구용 잠수정을 개발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공학과 수중음향학의 발달하고 새로운 금속이 등장함에 따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보다 우수한 성능의 심해잠수정을 건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심해 생물에 대한 탐험은 1950년대의 소련과 덴마크에 의한 11,000m 해구 바닥에까지 이르는 생물 조사로 끝을 맺었다. 그 후 현대적인 심해 조사는 심해용 카메라나 CCD(Charge-Coupled Device, 전하 결합 소자를 사용하여 영상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 카메라, 유인잠수정을 활용하면서 시작되었다.

미 해군의 트리에스테(Trieste)호는 1960년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심연(Challenger Deep)에서 수심 10,850m에 도달하기도 했다. 1974년 미국과 프랑스는 당시 최고 수준인 유인잠수정을 투입하여 대서양 중앙 해저산맥에서 FAMOUS(French-American Mid-Ocean Undersea Study)라는 이름의 공동 조사를 수행하였는데, 여기에 참가한 잠수정은 미국의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앨빈(Alvin)호, 프랑스의 아르키메데스(Archimedes)호와 시아나(Cyana)호 등이었다. 앨빈호는 4,000m급 잠수정으로 1979년 동태평양의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 가스와 여러 물질을 분출하는 해저화산 분화구)에서 새로운 저서생물을 발견하기도 했고(Hessler and Smithey, 1983), 1985년에는 침몰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찾아내는 등 많은 활약을 하였다.

현재 활동 중인 6,000m급 심해 유인탐사 잠수정으로는 일본의 신카이 6500호, 미국의 씨클리프(Sea Cliff)호와 프랑스의 노틸(Nautile)호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핀란드와 러시아 등이 동급의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연구자가 탑승하지 않는 일본의 가이코와 같은 심해 무인탐사 잠수정은 위험한 지역이나 장시간의 탐사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심해 연구는 동해에서 지극히 제한적으로 수행되었다.

독도를 품고 있는 동해 바다는 미지의 세계와 같다 지금까지 일부 과학자들이 독도 근처의 깊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에 대해 연구해 오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심해의 생태계를 살펴보지는 못하였다. 다만 배에서 채집기기를 내려 해저의 흙을 퍼 올리거나, 그물을 끌어 채집된 생물을 관찰하였을 뿐이다.

독도 주변 해역은 국내 심해 연구의 최적지로, 독도와 독도를 감싸고 있는 심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해잠수정을 이용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2009년 ROV(Remotely-Operated Vehicle, 무인원격잠수정)를 이용하여 독도 주변 해역의 심해생태계 조사를 새롭게 시도하였다.

조사에 사용된 ROV는 스웨덴에서 만든 것으로, 이 장비의 주요제원으로는 수심 한계 500m, 크기 75×65×55cm, 무게 60kg, 적재량 10kg, 소비전력 3kw, 추진기 8개, 최고속도 3knots, 고휘도 멀티 LED 조명 2기, HD(high definition, 고화질)급 메인 줌 비디오 카메라와 보조 CCD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집게형태의 로봇 팔을 운용할 수 있다(사진 1).

사진 1. 탐사용 ROV (A: 본체, B: ROV 운용을 위한 A형 프레임과 윈치 시스템,C: ROV 메인 컴퓨터 및 조정시스템, D: ROV 하강을 위한 추를 다는 작업) 사진 1. 탐사용 ROV

전체 조사 해역의 수심은 45~700m이었고, 심흥택 해산 주변의 심해에서 2회, 독도의 남동쪽 급경사 해역에서 1회, 독도 북쪽 해역의 수심 50m와 370m 경사면에서 3회 등 총 6회를 실시하였다.

사진 2. ROV 수중 운항 및 방향 전환 장면 사진 2. ROV 수중 운항 및 방향 전환 장면

독도 남동쪽에 위치한 심흥택 해산의 서쪽 경사면을 조사하였을 때, 수층 생물상으로는 ROV가 하강하면서 수심 30m 지점에서 부유성(바다 표면을 떠다니는) 해파리류가 보였고, 수심 120m 지점에서는 군체 해파리류가 보였으며, 수심 130m 지점에서는 유영성(물고기처럼 헤엄을 치는) 어류가 보였다.

ROV가 해저에 다다랐을 때 수심은 184m였다. 해저면 수층(水層, 물로 된 층)에는 바다눈(marine snow, 해중설, 플랑크톤의 사체가 바다 밑에 눈처럼 침전하는 현상)이 많았으며, 입자가 굵은 사질(砂質, 모래 성분으로 된 토질)로 보이는 해저면에서는 어류, 성게 등이 확인되었다. 수심 186~190m 해저면에는 높이 1~2m 정도의 암석들이 산재하였고, 암반에는 부착성 심해생물인말미잘류가 많이 있었고, 거미불가사리류, 해면, 군부 등도 관찰되었다(사진 3).

사진 3. 심흥택 해산 서쪽 경사면에서 관찰한 말미잘류와 거미불가사리류 사진 3. 심흥택 해산 서쪽 경사면에서 관찰한 말미잘류와 거미불가사리류

심흥택 해산 북서쪽 경사면에서는 ROV가 하강하면서 간간히 부유성 해파리류를 관찰할 수 있었고, 수심 120m까지 탐사를 실시하였다(사진 4).

사진 4. 심흥택 해산 북서쪽 경사면에서 관찰한 해파리류 사진 4. 심흥택 해산 북서쪽 경사면에서 관찰한 해파리류

독도 동남측 급경사면 조사에서는, ROV를 하강시키자 표층(表f層, 바다의 여러 층 가운데 맨 위 표면을 이루는 층) 5m 부근에서 꽁치떼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수심 50m를 통과하면서 바다눈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 위치에서는 기상악화로 인해 수심 250m까지의 주변 해양생물상을 관찰하였다(사진 5).

사진 5. 독도 동남측 급경사면에서 관찰한 해파리류와 유영성 심해생물 사진 5. 독도 동남측 급경사면에서 관찰한 해파리류와 유영성 심해생물

다음으로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해저면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ROV가 입수하는 동안 표류하기 시작하여 ROV가 바닥에 닿았을 때는 조사지역으로부터 조금 벗어나 있었다.

바닥 퇴적상은 암반이 많이 있었고, 그 암반 사이사이에 굵은 모래질로 보이는 퇴적물이 관찰되었으며, 굴곡이 있고 높이가 1m 이상으로 보이는 암반들이 나타나기도 했다(사진 6).

암반과 암반사이에 물결무늬(연흔구조)가 있는 퇴적물이 있었는데, 이것은 이 지역이 파도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구역의 암석 표면에는 조류 또는 저서생물(底棲生物, 바다 밑바닥 바로 위에 사는 생물)이 많이 부착되어 있어서 암석 판별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커다란 암괴(바위 덩어리)는 두꺼운 괴상용암(thick massive lava, 암석의 표면이 모가 나고 덩어리가 돌출되어 거친 모습의 용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였다. 그 주변의 작은 암편(부수어지거나 깨진 바위 조각) 역시 각진 형태를 지니고 있어 용암에서 떨어져 나온 후 거의 운반과 마모과정을 거치지 않은 화산암편으로 판단된다.

사진 6.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해저면 영상 사진 6.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해저면 영상

이후, 정확한 해저면에 도달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더 조사를 실시하여 해저면 퇴적상과 암반 구조물 영상을 확보하였다.

해저면은 조사 초반부에 일부 모래지역과 평평한 암반지역이 대부분이었으나, 북동쪽으로 진행하면서 비교적 큰 돌무더기와 암석들이 나타나고 큰 바위들이 산재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지역도 앞서 조사한 지역과 마찬가지로 모래퇴적물에서 연흔구조가 나타났으며, 두꺼운 괴상용암에서 유래된 암석들이 많이 보였다(사진 7)

사진 7.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해저면 영상 사진 7.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해저면 영상

마지막으로, 독도 북쪽에 위치한 심해 급경사면에서 조사를 실시하였다. 날씨가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으나, 지금까지 잠항(물속에서의 운항)에 비하여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수심 370m 이하의 해저면에 성공적으로 도달하여 심해생태계와 독도 급경사면의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ROV가 수심 40m를 통과하면서부터 바다눈의 양이 증가하였으며, 군체(群體, 해면이나 산호와 같이 같은 종류의 개체가 많이 모여서 하나의 몸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집단)를 이루는해파리류와 소형 유영생물이 보였다.ROV가 수심 365m의 해저면에 도달하면서 니사질(泥沙質, 진흙과 모래가 섞여 있는 토질) 퇴적상이 주로 보였으며, 군데군데 작은 암편이 보이는 지형이 나타났다(사진 8).

사진 8. 독도 북쪽 심해 경사면 해저면 영상 사진 8. 독도 북쪽 심해 경사면 해저면 영상

이 암편도 화산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독도 북서측 연안 수심 50m 부근의 암석과 비교하여 암편의 형태가 매우 불규칙하거나 유동형(fluidal)이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이런 암편은 주로 육성용암(직접 대기로 분출되어 육상에서 굳어진 용암)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지점의 암석들은 해수면 위로 분출했던 용암이 나중에 사면붕괴(흙이나 암석덩어리의 경계면이 여러 가지 외부에서 작용되는 힘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현상) 등의 과정을 통해 해저면에 쌓인 것으로 판단된다.

비교적 크기가 큰 암석들이 나타나면서 부착성 생물(갯바위의 따개비, 바닷속 암석의 전복이나 소라와 같이 자신의 몸을 암석이나 바위 등에 붙이고 살아가는 생물체)들이 보였으며, 대게류, 어류, 해삼류, 말미잘류 등이 관찰되었다. 매우 높은 서식밀도의 부유성 소형생물들이 해저면 부근에 밀집해 있었으며, 일부 생물들은 잠수정을 회피하는 동작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최근 심해저와 열수분출공(바다속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구멍)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최첨단 잠수정을 활용하여 연구해 온 선진국의 경우에는 심해생물로부터 인간에게 유용한 고부가가치의 물질을 추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도 최근에 들어 열수분출공이나 북극과 남극과 같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심해생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과거부터 수행해 온 심해저 자원탐사와 더불어 심해생물과 열수분출공 생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며,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에서 독도 주변 해역은 국내 심해 연구의 최적지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기존의 연구 틀에서 벗어나 소형 ROV를 이용하여 독도 주변 해역에서 주요 정점의 실제 영상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본격적인 국내 심해생태계 연구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 김동성, 민원기, 김웅서, 2002, 독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중형저서생물. Ocean and Polar Reserach, 24(4):419-427.
  • 한국해양연구원, 2002, 열수분출공 생태계 국제 공동연구 추진을 위한 기반구축 연구. 한국해양연구원, p. 370.
  • Hessler, R. R. and Smithey, Jr., W. M., 1983, The distribution and community structure of megafauna at the Galapagos   Rift hydrothermal vents. In Rona, P.A., Bostrom, L. Laubier and K.L. Smith, Jr. (eds), Hydrothermal processes at Seafloor spreading centers. Plenum Press, New York, pp. 735-770.
  • Walsh, D., 1990, Thirty thousand feet and thirty years later: Some thoughts on the deepest presence concept. Mar. Technol. Soc. J., 2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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